1. 위대한 유산의 작가 찰스 디킨스
나는 '유산' 하면 바로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단어들부터 떠오른다. 현재의 위치보다 더 나은 위치로 신분이 상승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을 이룰 수도 있고, 스스로 돈을 많이 벌어 부를 이루는 방법도 있고,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의 방법도 있다. 가장 편한 것은 바로 부자 부모님을 둔 '상속자'가 되는 것이겠다. 이처럼 '유산'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산과 재물같은 물질적인 것을 떠올린다. 그렇게 보면 이 세상엔 아무런 유산도 물려받지 못한 사람이 수두룩하다. 나 또한 아무 유산도 물려 받지 못하는 흙수저니 말이다. 그렇다면 찰스 디킨스는 그의 소설 <위대한 유산>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 물질적인 유산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위대한 유산의 작가는 영국의 자랑 찰스 디킨스다. 찰스 디킨스는 어린 시절부터 빈곤의 고통을 처절하게 겪었다. 학교에는 거의 다니지 못했으며 12살 때 부터 공장에 나가서 극한 노동에 시달렸다. 산업혁명 이후 19세기 전반의 영국 대도시에서는 산업화, 도시화의 번영 뒤에 심각한 빈곤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신음하고 괴로워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와 어두운 모순을 직접 경험한 디킨스는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고자 치열하게 노력했다. 그래서 공장 노동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 사무소 사환, 법원 속기사를 거쳐 신문기자가 되어 의회에 관한 기사까지 쓰는 사람이 된다. 그러다가 1836년 24세의 나이에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다. 찰스 디킨스는 많은 작품을 세상에 내 놓는데 이 중에서도 1843년에 펴낸 <크리스마스의 캐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미국에서까지 더욱 유명해진다. 이처럼 흙수저로 태어난 찰스 디킨스는 '글'을 잘 쓰는 천부적인 재능과 노력으로 스스로에게 '위대한 유산'을 만들어 준것이다.
2. 위대한 유산 줄거리
위대한 유산은 플롯 구성이 재미있다.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 반전의 묘미까지 알 수 있는 스토리다. 주인공 핍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누나의 집에 얹혀살면서 매형 조 아래에서 견습공 노릇을 하며 외롭게 살아간다. 그의 누나는 강하고 거친 성격을 가져서 그에게는 물론 남편에게까지 사납고 포악하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도 못 받고 누나에겐 구박만 받던 외로운 핍은 애정 결핍으로 성격이 비뚤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슬픔에 겨워 무덤가에서 울던 핍은 무서운 탈옥수를 만난다. 그 탈옥수는 핍에게 먹을 것과 연장을 가져오라고 협박하고 겁을 준다. 무섭고 두려웠던 핍은 본의 아니게 그 탈옥수를 돌봐주고 돕게 된다. (그런데 이 만남은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마침 핍이 사는 마을에는 '해비샴'이라는 백만장자가 살고 있다. 해비샴의 집에는 그녀의 양녀 '에스텔라'도 있다. 핍은 에스텔라와 친구처럼 서로 어울리는데 에스텔라는 핍을 존중하며 진실하게 대하지 않고 여왕처럼 군림하며 핍을 막 대한다. 에스텔라의 무시속에 더욱 서러운 핍은 어떻게 뭘 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비관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해비샴의 변호사가 핍에게 찾아와 갑자기 핍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됐다고 통보한다. 마치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하룻밤 사이에 핍은 최하층민에서 거부가 된 것이다. 그러면서 핍은 이 재산에 걸맞게 백만장자로서의 품위를 배우기 위해 '젠틀맨' 교육을 받으러 런던으로 떠난다. 런던으로 간 핍은 갑자기 어마어마한 돈이 생기자 천박한 졸부처럼 속물적인 인간이 되어간다. 자신에게 잘 대해준 매형에게도 못되게 대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핍과 에스텔라는 어른이 된다. 핍은 은연중에 에스텔라를 마음에 두고 훌륭한 젠틀맨이 되어 에스텔라와 결혼하고픈 꿈을 꾼다. 하지만 에스텔라는 다른 부자 청년과 친하게 지내서 핍의 마음은 괴롭기만 하다.
폭풍이 심한 어느 날, 어린 시절 핍을 협박하던 그 탈옥수가 핍에게 찾아온다. 그러면서 핍은 자신에게 상속된 '유산'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 유산은 바로 탈옥수가 남겨 준 것이었다. 탈옥수는 자신을 모함해 범죄자로 만든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축적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핍을 신사 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이 막대한 유산을 준 은인이 해비샴이 아니라 바로 이 범죄자인 탈옥수가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 핍은 깊이 절망한다. 탈옥수는 핍이 자신의 돈으로 젠틀맨으로 잘 성장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몰래왔기에 피해야만 했다. 그러나 탈옥수는 도주에 실패하고 다시 잡힌다. 탈옥수는 또 감옥에 갇힌 채 마지막으로 핍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모든 것을 잃은 핍은 매부 조를 만나 다시 예전의 대장장이로 돌아간다. 사랑했던 에스텔라도 다른 졸부랑 결혼한다. 그리고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매부 조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를 위대한 인물로 바라보며 존경하게 된다.
3. 인간의 품격과 존엄성을 비춰주는 소설
사실 위대한 유산은 찰스 디킨스의 원작 소설보다 기네스 팰트로와 에단 호크가 나온 영화가 더 기억에 남는다. 한창 감수성 풍부하던 청소년 시절 영화 프로그램에서 소개해줬던 기네스 팰트로와 에단 호크의 분수대 키스신은 정말 아름다웠으니까.
이 책에서 찰스 디킨스는 이 당시의 신분제 문화인 '젠틀맨 교육'을 희화화하고 부조리한 사회구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비판하고 싶어 했다. 돈으로 신분을 살 수 있는 것을 풍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조선 후기 돈으로 족보를 사서 양반이 되는 그런 비슷한 경우로 보면 되겠다.
이 책의 제목은 위대한 유산이지만 작가는 정확하게 이 위대한 유산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만약 핍이 로또 복권처럼 우연한 운으로 막대한 부를 얻어 잘 살았다는 스토리였다면 작가는 책 제목을 위대한 유산으로 짓지 않았을 것 같다. 주인공 핍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비참하게 여기지 않고 진정한 평안과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는 그것이 바로 위대한 유산인거 같다.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진정 위대한 유산은 인간다운 품위와 자존감 넘치는 삶 그리고 진실한 관계 속에서 누리는 사랑이 아닐까 한다. 이 소설은 진정한 인간의 품격과 존엄성을 거울처럼 비춰주기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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