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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한국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by 정부자 2022. 3. 3.

1. 한국 페미니즘 소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1992년도에 출간 된 페미니즘 소설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젠더 폭력을 다룬 것으로 그 당시에도 아주 파격적인 소재와 스토리라서 사회적으로 굉장히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 엄청난 판매량을 보여준 베스트셀러였다. 그래서 곧 영화와 연극으로도 제작되었다. 영화는 당대 대한민국 톱스타였던 최진실이 주인공이었으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최근 몇 년동안 <82년생 김지영>을 시작으로 페미니즘과 여성 중심의 여성 서사 작품이 유행인데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라는 소설은 굉장히 시대를 앞서 나간 작품같다. 이 소설뿐만 아니라 양귀자 작가가 쓴 소설은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많다. 특히 '모순'이라는 소설은 30여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인기가 많은 소설이다. 그녀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여성주의적 소설을 많이 썼다. 양귀자의 소설은 술술 익히고 정말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통속적이고 쉬워서 단순히 재미를 위한 통속 문학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과 이야기 중심의 서사가 뛰어나다고 인정받는다. 무엇보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대한민국 소설의 지평을 더 넓게 한 여성주의 소설이라고 할 수있다.

 

2.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줄거리

주인공 강민주는 27세의 심리학자이자 여성문제상담소에서 일하는 여성운동활동가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을 경험해 이에 대하여 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어른이 되어 여성문제상담소에서 일하면서 폭력 당하고 착취당하는 여성의 삶을 가까이서 마주한다. 그녀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여성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가슴 아프고 분노한다. 여성을 향한 남성의 폭력 행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강민주. 이제 그녀는 스스로를 신의 대리인이라고 생각하고 불합리한 현실을 신의 뜻에 맞게 재구조화하려고 한다. 그 방법으로 강민주는 톱스타인 '백승하'를 납치하고 감금한다. 유명한 배우를 납치하면 당연히 세간의 주목을 받을 것이고, 언론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면 자연스럽게 '여성 문제'에 대해 사회가 관심 갖고 여론이 형성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민주가 생각하는 백승하의 죄는 매력적인 외모로 여성들이 성차별적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환상에 빠져들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감금하는 동안 백승하와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강민주가 그동안 고수해온 가치관과 신념이 흔들린다. 백승하는 배우자로서, 부모로서, 배우로서 그저 건강하고 성실하고 평범한 남성임을 알게 된다. 백승하와 지내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한 강민주는 여성 폭력을 해결하는 방법은 남성 폭력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구조를 바로잡음으로써 휴머니즘을 실현할 때 해결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백승하는 강민주에게 연극을 함께 하자 한다. 강민주와 백승하는 황남기를 관객으로 두고 '수업'이라는 연극을 한다. 그런데 연극의 클라이막스에서 황남기가 강민주를 총으로 쏴 죽인다. 황남기는 강민주의 사상이 변질되었고 그녀가 남성중심사회로 편입될것이라 판단해 강민주를 순수하게 보호하고자 '천국'으로 보내버린 것이었다.

3.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서평

이 소설은 그냥 내용만 보면 스릴러가 가미된 범죄 소설 같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었고 여성 억압의 현실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 불평등을 다루었다. 또 여주인공 캐릭터가 강렬하다. 신념이 강하면서 이지적이고 카리스마와 광기가 넘쳤다. 하지만 결말이 범죄 스릴러라고 하기엔 약간 허무하기도 했다. 범죄 스릴러라고 하기엔 뭔가 엉성하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잘 다뤄졌고 주인공이 범죄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개인의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부당함을 고발하는 것에 상징을 두고 있어 특별한 작품 같다.
여전히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많이 변했지만 여성에게는 금지된 것이 참 많다. 그리고 이 금지된 것은 여전히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소유’의 상태가 아니라 닿을 수 없는 ‘소망’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것이 안타깝기만하다. 그리고 그 당시에 이렇게 파격적이고 급진적이어야만 사회가 겨우 여성의 목소리에 주목한다는 것이 참 뭔가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불합리하고 때론 위협적이기까지 한데 이 모든 게 남녀 사이의 갈등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관점 즉 '휴머니즘'으로 접근하여야 우리 사회의 성차별과 불평등이 해결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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