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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영혼과 예술을 성찰하는 소설 '달과 6펜스'

by 정부자 2022. 3. 4.

1. 달과 6펜스 의미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대학생 때 정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다. 대학 4학년쯤 등하교 길 사람으로 붐비던 지하철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그 책. 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때 왜 달과 6펜스인지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무척 궁금했다. 왜 달일까? 그리고 하필이면 왜 1펜스도 아니고 5펜스도 아니고 6펜스일까? 이 소설을 아무리 읽어도 달이나 6펜스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실제 화가인 '폴 고갱'이 모델이다. 작가 서머싯 몸은 폴 고갱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달’은 고갱이 그토록 갈망한 아름다운 이상과 예술, ‘6펜스’는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현실을 상징할 뿐이다. 또 6펜스는 소설의 여러 등장인물을 상징한다. 속물적인 스트릭랜드 부인, 육체적 관능만을 추구하는 블란치, 사람은 좋지만 잘 팔리는 그림만을 그리는 스트로브와 같은 인물들로 말이다. 그리고 1펜스나 5펜스가 아니라 6펜스가 제목으로 나온 이유는 바로 그 당시 영국이라는 나라가 12진법을 썼기 때문이다. 12진법을 썼기에 6펜스는 가장 낮은 단위의 동전이었다. 그래서 책 제목에 6펜스가 나왔던 것이다.
폴 고갱을 모델로 형상화해 만든 소설 속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자신이 생각하는 그 이상향에 홀려 그 이상향을 영원히 갈망하는 순례자였다. 달과 6펜스에서도 주인공 스트릭랜드를 소개하는 직접적인 문장이 나온다.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자 하는 정열이었다. 그것이 그에게 한시도 평안을 주지 않고 그를 이리저리 몰고 다녔다. 그는 영원히 신성한 향수에 홀려서 쫓겨다닌 순례자였다. 그에게는 미가 진리를 대신했다.”

2. 달과 6펜스 줄거리 요약

달과 6펜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영국 런던에서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 정직한 주식 중개인으로 성실하게 잘 살던 평범한 남자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부인과 자식, 번듯한 직업을 놓고 파리로 떠난다. 갑자기 화가가 된다면서 그가 누린 안정적인 모든 일상을 버리고 파리로 무작정 떠났던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열망만 가지고 혈혈단신 무작정 떠났기에 그는 고생스럽고 가난한 삶을 살아간다. 더럽고 낡은 여관에 머무르며 그림만 그리던 그는 생활고에 병까지 얻는다. 그러면서 평소 그를 천재라 여기고 가까이하며 도와주던 더크 스트로브의 돌봄을 받아 회복한다. 그런데 그러던 중 스트릭랜드는 더크 스트로브의 부인 블란치와 눈이 맞는다. 결국 스트릭랜드는 건강을 회복하자마자 블란치와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녀보다 예술을 더 사랑하고 구속이 싫은 스트릭랜드는 끝내 블란치를 버린다. 그 충격과 상실감으로 블란치는 자살하게 된다.
이후 스트릭랜드는 태평양의 타히티로 떠난다. 그곳에서 어린 여자와 동거하며 무언가에 홀린 듯 그림만 그리던 그는 문둥병에 걸리고 눈도 먼다. 그리고 집 앞 망고나무 밑에 비극적으로 묻힌다.

3. 영혼과 예술을 성찰하다

이 소설을 읽기 전 폴 고갱의 그림을 봤을 땐 그저 색채가 강렬하고 개성있다 이 정도였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폴 고갱의 그림을 보면 정말 다른 감동을 받는다.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 둔 시점, 나는 왜 그렇게 이 책에 빠져들었을까?왜 그렇게 무척 와닿았을까? 나 또한 그 당시 진로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비록 스트릭랜드처럼 순수 예술은 아니지만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던 일과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에서 무척 갈등했었다.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예술이라는 자신의 신념과 목표 즉 '달'을 위해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모든 것을 상징하는 '6펜스'를 버렸다. 달과 6펜스를 나이 들어서 읽으면 만감이 교차한다. 사람은 어느 누구나 이상과 일상이 갈등하고, 살고 싶은 나의 모습과 살아내야 하는 나의 모습이 대립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갈등을 크게 좌지우지 하는 변수는 다름 아닌 '6펜스' 인 '돈'때문이 아니었던가!
주인공인 스트릭랜드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솔직히 이런 사람을 현실에서 만난다면 그저 기행적이고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보일 뿐이다. 설상가상 만약 이런 남자가 내 남편이라면 참 화가 난다. 그냥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살고 하고 싶은 예술만 하지 이런 인간들은 결혼이란 것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남편을 버리고 스트릭랜드를 사랑하다 버림받자 죽음을 선택한 블란치와, 그런 블란치를 끝까지 사랑하는 스트로브에 대해서도 참 감정이 복잡하다. 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 실제로 우리 사는 세상에서도 더한 막장같은 일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나같은 평범한 사람과는 정말 다른 천재가 세상에 분명 존재하는 것도 알기에 이해는 간다. 신들린 예술혼을 감히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그런 존재들 말이다. 예술가들의 마음과 예술이 추구하는 그 궁극적인 가치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인류는 이런 광기 어린 존재들이 발전 시키고 변화시킨 부분도 많다.

순수하면서 광기어린 예술혼을 불태운 스트릭랜드의 삶을 보며 나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인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존경스럽기도 했다. 불꽃같이 살다 간 고갱을 부러워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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