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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 불평등의 원인과 역사를 통찰하는 고전

by 정부자 2022. 2. 18.

1. 인간 불평등의 원인과 역사를 통찰하는 정치사상의 고전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세상은 참 불공평해' 이 말을 정말 많이 한다. 그만큼 인간은 현실에서 정의, 평등, 공정을 무척 갈망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평등'이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로 당연하게 여겨진 것은 그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것도 엄청난 혁명과 투쟁과 희생으로 얻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 자크 루소가 저술한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인간이 왜 불평등하고, 불평등하다고 느끼며,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지를 제대로 알게 도와주는 책이다.
어린 시절 고등학교 사회 수업 시간에 루소라는 이름을 듣고 여러 이론을 힘들게 암기하며 시험을 치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사회과학 저서는 확실히 나이 들어서 읽는 게 더 실감 나고 재미있다.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체감하는 것들이 책의 이론 개념과 잘 맞아떨어져서 살아있는 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2. '소유'와 '사회화'로부터 시작된 불평등

루소는 불평등에 대해 알려면 먼저는 '인간'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 자체를 알지 못하면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의 기원을 알 수 없다. 루소는 인간에게는 두 가지 부여된 속성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자연 그 자체의 속성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속성이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두뇌가 탁월하게 뛰어나고, 외모도 아름답게 태어나고, 키가 크게 나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인간은 어느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났다’라고 한다면 말이 또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등이라든가 평준화란 말을 참 좋아하고 아주 이상적으로 여긴다. 이렇게 본질적으로 선천적으로 각자의 기질대로 타고난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은 인간의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이런 것은 불평등이라고 애초에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점차 사회적으로 살아가는 상황에서 소유와 지위에 대한 평등하지 못함에 대해서 그것을 ‘불평등’이라고 말하며 이것을 문제라고 여긴다. 요즘은 특히 ‘기회의 불평등’에 대하여 사람들이 많이 주목한다.
루소는 인위적 불평등의 기원을 ‘소유와 사회화’로 본다. 불평등은 사실 상대적인 비교에 따라 발생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하면서 '소유'의 개념을 알게 되고 공통으로 가진 자원의 양이 충족되지 않을 때 발생하게 되는 부족함을 채우려는 욕구는 '경쟁'으로 나타타고 여기서 불평등이 비롯 된다는 것이다.
루소의 말대로
“사람들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가 일치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규칙을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다음 이렇게 모여진 규칙들에다가 자연법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는 결국 불평등의 기원은 자연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법이 없다면 경쟁의 규칙이 없다면 불평등이라는 말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설명한다. 불평등이라는 말은 경쟁의 규칙이 과연 공정한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런 의미에서 애초에 인간은 평등하다는 루소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되지 않았다면 인간 불평등의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또 이 책을 읽다 보면 사회화에 따른 불평등의 탄생도 알 수 있다. 원시 상태에서는 그저 자기의 생존과 자기 보존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인간은 점차 ‘사회화’되고 ‘소유’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재산을 늘려 남보다 우위에 서려는 욕심 때문에 불평등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힘의 우위를 독점하려는 지나친 욕구는 권력으로 승화되고 이 역시 불평등으로 시스템화된다. 이처럼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생존의 욕구 외에 다양한 욕구와 욕망을 가진 독특한 존재다. 인간에게 다양한 불평등이 수없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이 욕망과 욕구로 인해 불평등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책을 정리해 보면, 원시 상태에서 그저 생존과 종족 보존 외에는 관심 없었던 인간이 문명화 사회화되면서 소유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결국 재산을 늘려 타인보다 우위에 서고 우월하려는 욕심은 불평등의 단초를 제공했고 힘의 우위를 독점하려는 지나친 욕구가 불평등을 낳았다. 또 문화의 불평등이라 할 수 있는 신체나 정신 등의 기호와 취사선택에서 인간은 또 다른 불평등을 낳고 있다. (그런데 이건 '취향'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나? 점점 대중들도 유튜브와 SNS의 발달로 자신만의 즐길거리를 찾고 누리기에 불평등이라고 규정지어 말하기엔 애매하다. 루소도 2000년대를 살아 본것은 아니니...)
이 책을 읽고서 루소의 주장을 한마디로 심플하게 요약할 수는 없지만 그의 책이 프랑스 대혁명에도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사회과학 고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3. 모두가 평등한 유토피아는 가능한가?

책을 읽고 난 후 현실 사회를 둘러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루소의 말대로라면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다시 원시 상태로 돌아가야는데 그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솔직히 불평등을 영원히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는 나올 수 없다. 모두가 공평하고 평등한 유토피아는 현실적으로 영원히 불가능하다. 그런 유토피아를 만들겠다고 호도하는 정치인을 나는 경멸한다. 그저 인간의 선함과 이타주의와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키는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만이 차라리 현실적인 대안이 될 거 같다.
또 나의 나면에 있는 본질적인 열등의식을 잠재우지 않는 한 불평등하다는 의식과 감정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 역시나 답은 이것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지나친 소유의식을 버리고 겸허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욕심을 버리거나 아니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거나' 이 마인드로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인생을 사는 개인이 늘어난다면 이 사회는 좀 더 성숙하고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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